4·19 결의문 / 경북고등학교
2015-04-23 16:28:59 , 422 조회
written by 4월회
인류 역사에 이런 강압적이고 횡포한 처사가 있었던가? 근세 우리나라 역사상 이런 야만적이고 폭압적인 일이 그 어디 그 어느 역사책 속에 끼어 있었던가?
오늘은 바야흐로 주위에 공장 연기를 날리지 않고 6일 동안 갖가지 삶에 허덕이다 쌓이고 쌓인 피로를 풀 날이요, 내일의 삶을 위해, 투쟁을 위해 그 정리를 하는 신성한 휴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하루의 휴일마저 빼앗길 운명에 처해있다.
우리는 일주일동안 하루의 휴일을 쉴 권리가 있다. 그것은 억지의 말이 아니고, 꾸민 말도 아니고, 인간이 생존해 나가기 위한 현명한 조치이다. 그러나 우리는 살기 위해 만든 휴일을 빼앗기고, 피로에 쓰러져 죽어야만 하나 생각해 볼일이다.
우리는 배움에 불타는 신성한 각오와 장차 동아를 짊어지고 나갈 꿋꿋한 역군이요, 사회악에 물들지 않은 백합같이 순결한 청춘이요 학도이다. 우리 백만 학도는 지금 이 시각에도 타골의 시를 잊지 않고 있다. “ 그 촛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꿈을 안고 자라나는 우리가 현 성인 사회의 정치 놀음에 일체 관계할 리도 만무하고, 학문 습득에 시달려 그런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 그러나 이번 일은 정치에 관계없이 주위에 자극 받지 않는 책냄새, 땀냄새, 촛불 꺼멓게 앉은 순결한 이성으로써 우리는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밑바탕으로 하여 일장의 궐기를 하려한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학도들의 붉은 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뛰놀고 있으며,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 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들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의 호소인 것이다. 우리는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을 위하여 누구보다도 눈물을 흘릴 학도요, 조국을 괴뢰가 짓밟으려 하면 조국의 수호신으로 가버릴 학도이다. 이 민족애의, 조국애의 , 피가 끓는 학도의 외침을 들어주려는가?
우리는 끝까지 이번 처사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 있을 때까지 싸우련다. 이 민족의 울분, 순결한 학도의 울분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나?
우리는 일치단결 하여 피끓는 학도로서 최후의 일각까지 최후의 일인까지 부여된 권리를 수호하기 위하여 싸우련다.
1960년 2월 28일
경북고등학교 학생 일동